마음(1221)


먼 산에 물안개 하얗게 피어오르고
엄동설한에 눈이 아닌 비가 내리네.
빗줄기는 청향헌 오죽 잎에 흘러내리고
그 물방울은 흩어져 꽃잎되어 날리네.

- 2017.1.8(일).동안거 결제 중에 불영사 청향헌에서 비가 내리는 한가로운 오후에 심전일운 짓다. -


만결회원여러분!
이 엄동설한에 눈이 아닌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습니다.
마치 만물을 깨어나게 하는 봄비처럼 말입니다.

청향헌 뜨락에 낙수물은 떨어지고 청매화 홍매화의 꽃망울에 빗물을 잔뜩 머금고 있어 금방이라도 꽃이 필 것만 같습니다.
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지만, 수행하는 사람은 가끔은 자연의 변화를 보며 설레이기도 합니다.

당나라의 유명한 정치가이자 시인 백낙천(772~846)과 도림선사(741~824)의 일화는 유명합니다. 이전에 마음 편지에 실기도 했습니다만,
백낙천 시인이 어느 날 도림선사를 찾아가 평생 마음에 담고 살아 갈 수 있는 좋은 법문을 들려 달라고 했는데, "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하게 살라"는 것입니다.

이에 실망한 백낙천은 "그거야 삼척동자도 다 아는 것이 아닙니까?"
그러자 선사는 단호한 어조로 "여보게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것이라네."

이 말을 들은 순간 크게 와 닿는 것이 있었다고 합니다.
지식만 가지고 아는 것만 자랑 삼았던 백낙천 정치가는 실천 없이 아는 것만으로는 더욱 교만해 진다는 자신을 발견하고, 그 이후로는 실천을 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하였다고 합니다.

지금 방 안에는 차향이 그윽하고 청향헌 밖에는 비가 조용히 내리고 있습니다.
선원 스님들 정진 또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.

저는 지금 참 행복합니다.

회원여러분!
행복은 이와 같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 행복은 소리 없이 찾아 듭니다.

자연 또한 우리들에게 행복해지는 비결을 매 순간 가르쳐 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.

산이 푸르니 물이 흐르고
꽃이 피니 새들이 노래하네.

이번 한 주도 건강하시고 편안한 날들 보내시길 기원 드립니다.


참선도량 천축산자락 불영사 청향헌에서 조용하고 평화로운 월요일 아침에 차를 마시며....

불영사회주 심전일운 합장.

* 위 사진은 청향헌에서 바라보는 비 내리는 천축산의 동양화 같이 아름다운 모습입니다.